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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 작가의 회색 인간을 읽었습니다. 처음에 눈에 뜨었던 것은 작가의 이력이었습니다. 그는 문학 관련 전공자도 아니었고, 공장에서 10년 동안 일하던 노동자였습니다. 단순한 작업에 무료했던지 그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생각해내고, 한 커뮤니티에 공포 소설들을 올리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써 내려간 소설이 300편에 이르고 한 작가에 의해 발견되어 책으로 출간되기까지 이릅니다.

 

 

 


여러 가지 단편들로 이루어진 첫 번째 책 <회색 인간>은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인터넷에 올렸던 소설들인지라 그런지 굉장히 술술 읽힙니다. 마치 일드 <기묘한 이야기>를 떠올리게 합니다.

 

<아웃팅>은 인조인간이 인간들과 함께 공존하는 미래가 배경입니다. 인조인간들은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졌지만 그 수가 많아지고 인간과의 구별이 어려워지자 오히려 혐오의 대상이 되고 맙니다. 인조인간으로 아웃팅을 당

하면 살 수 없게 되는 거죠. 인기 연예인이 아웃팅을 다 아고 이를 폭로 한이도 아웃팅을 당하고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결국엔 모든 사람들이 아웃팅을 당하는 결말을 보곤 머리가 띵해지더군요. 이런 상상력이 어디서 나왔을까 정말 놀라웠습니다.

<무인도의 부자 노인>은 무인도에 불시착한 10명의 사람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사람들은 구조가 될 희망에 부풀어 여러 가지 노력을 다하지만 구조선은 오질 않고 설상가상으로 부상이 심했던 한 사람은 숨을 거두고 맙니다. 사람들은 공포에 질리기 시작하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식량을 아끼기로 합니다. 생존 능력이 떨어지는 노인에게는 식량을 주지 않겠다고 결정하자, 노인은 자신이 큰 부자임을 고백합니다. 그러면서 통조림 하나를 천만 원에 사겠다고 제안합니다. 구조가 되면 사회에 나가서 값을 치르겠다며. 조난이 길어지자 사람들은 집을 짓고, 필요한 물건들을 만들며, 사냥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에 대한 대가를 돈으로 지불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헬기에 발견돼 구조가 되는데, 노인은 살고 싶어 거짓말을 했다고 실토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화를 내지 않았습니다. 노인의 거짓말 때문에 짐승이 되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죠.

 

흔히 창작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특별하거나 엄청나게 교육을 받았겠거니 생각하곤 했습니다. 요즘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전공도 아닌 내가 가능할까란 생각에 괜히 위축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김동식 작가 또한 그렇게 않았습니다. 꼭 학교 안에서 교육을 받아야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일 게워 주는 듯합니다.

다만 300편이 넘다 보니 후속 책이 몇 권 더 나왔는데 이야기 패턴이 반복되는 경향이 보여서 아쉽더군요. 1권에 해당되는 <회색 인간>과 같은 임팩트가 부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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